실버라이트와 HTML5

goodhyun's Technology on 2010/09/09 09:00

함께 큰 기술에는 각별한 애정이 있다.

나는 늘 실적 제로의 테크놀로지를 키우는 일을 해 왔다. IBM에서의 엔터프라이즈 자바도 그랬고, 마찬가지로 실버라이트도 그랬다. 아무도 쓰지 않던, 갓난 신생 기술들…
누군가 새로운 가능성을 보고 만든 기술에는 마력이 있고,
나는 늘 새로움을 좇는 이들의 에너지를 믿는 신자였다. 
그렇게 어떤 기술에 대한 애정은 그 기술을 둘러 싼 사람들로부터 생겨난다.
20세기 말 엔터프라이즈 자바의 경우도 그랬고, 4년전도 그랬다.

괴상한 코드명으로 시작한 실버라이트는 당시 마이크로소프트의 메인스트림과는 약간은 분리된 물건이었다.
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제품 다각화가 아니라 알 수 없는 미래를 향한 베팅과도 같은 무엇이었다.
윈도우라는 운영체제가 응용프로그램을 구동할 플랫폼으로 순항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, 웹과 그 웹 이후의 미지의 무언가를 향해 말도 안되는 속도로 세계가 요동칠 때, 척후가 되어 분위기를 파악하며 자유자재로 하부구조를 바꾸면서 여전히 개발자를 태우고 갈 무언가가 있으면 재미있으리라 여긴 것이고, 실버라이트는 그러한 풍토에서 탄생했다. 자유롭기 위해 맥과 윈도우를 늘 같은 날 동시 지원했고, 리눅스도 문라이트를 통해 간접지원했다.

설계자나 관련된 PM 등도 상당부분 외래인(심지어 Adobe 및 Macromedia 출신)에 의해 움직였고, 역시 외래인인 나도 자연스럽게 받아 들여주어, 여러 전략적 입안에 여러모로 관여할 수 있었다. 덕분에 한국에서 일부 개발도 일어나게 되었고, 한국의 걸출한 파트너들은 외국의 무대에서 서기도 했고, 지금도 해외에서는 심심치 않게 한국의 파트너들을 찾곤 한다.

실버라이트는 플래시 경합기술의 모습, 즉 브라우저 플러그인의 형태로 시작되었지만, 지금은 Seesmic Desktop 2의 예처럼 브라우저밖에서 앱으로 독립 실행되며, 또 윈도우폰 7의 메인 앱 프로그래밍 모델이 되었다. 즉 실버라이트란 세계최초로 앱생태계(Win32)에 의해 왕국을 건설한 마이크로소프트가 웹에 의한 대혼란 이후에 도래할 제2의 앱 생태계를 대비해 투자한, 고도로 돌연변이 가능한 하이브리드 앱 운영체제였던 것이다.

스크린이 있는 모든 곳, 모든 운영체제에 실버라이트가 과연 어디까지 파급될지 나 역시 궁금하지만, 시대의 변화에 따라 지금도 실시간 동조중이다. 당시의 사람들은 떠나고 바뀌고 전략도 상황도 생각처럼 되지 않아도, 그럼에도 살아 남을 수 있는 마치 인터넷 그 자체와 같은 유연한 플랫폼은 지금도 묵묵히 그 역할을 하기 위해 전진하고 있는 셈이다.

마이크로소프트도 웹에 있어서는 IE9를 시점으로 HTML5에 완전 올인을 한다. 3년전의 실버라이트가 할 수 있는 일의 상당부분은 HTML5가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. 그렇지만 대신 그 때 투자한 나와 여러분의 땀은 브라우저를 넘어 또다른 지평으로 퍼져나갈 수 있게 된 것이다. 이것이 바로 웹과 앱, 그리고 혁신과 표준의 상호작용이다.

우리는 혁신의 성과에 집착하기 쉽지만 어떠한 혁신도 3년을 넘길 수는 없다고 각오하는 편이 낫다. 다시 3년의 격차를 품고 새로운 타겟을 찾아 움직이고, 그 자리는 모두와 함께 걷기 위한 표준이 깨끗하고 아름답게 자리잡도록 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 IT가 가르쳐 준 어쩌면 인생의 교훈이다.

마이크로소프트의 HTML5 올인 선언을 목전에 앞둔 오늘이야 말로, 실버라이트의 오늘과 내일을 이야기하기에 더 없이 좋은 날이다. 어느덧 70%에 다가 선 설치율, HTML5가 할 수 없는 일들의 탐색, 하나의 코드로 브라우저 플러그인, PC/Mac용 독립실행형 앱, 그리고 향후 윈도우폰 7 앱. 

실버라이트는 어른이 되어 있었다.

어느새 후방의 HTML5를 함께 키워 갈 
전방의 선배로서의 여유와 도량을 갖게 된 것이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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